광 주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2014고단4820 병역법위반
피고인
검사 
판결선고 2015. 5. 12.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서, 2014. 10. 20.경 광주 ㅇㅇㅇㅇ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4. 11. 25.까지 306보충대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수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14. 11. 28.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판 단

1.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무기를 들어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였을 뿐, 다른 형태의 병역의무는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법률의 규정과 쟁점

이 사건 기소의 전제가 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이건 법률조항')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로부터 일정한 기간(현역입영은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은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각 규정하고 있다.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 종교관 등에 따라 전쟁이나 인간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을 이루고, 그러한 양심에 따라 인간 살상을 위한 집총이나 훈련을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상의 결정을 하였다면, 이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헌법과 이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사람을 징역형에 처하는 형사처벌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
 위와 같이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헌법에서 규정한 국방의 의무가 충돌하고 있어, 이들 사이의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3. 법률 해석의 원칙

 가. 일반론
 헌법상의 기본권과 헌법상의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상호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하여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되고,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조화적 해석원칙을 택해야 한다. 나아가 법률의 적용을 위한 해석에 있어서, 헌법을 최고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해야 하고,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은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야 한다.

 나. 위 규정의 합헌적 해석
 (1)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이건 법률조항의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규범조화적․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 등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
 (2) 우선 헌법상 국방의 의무에 관하여 살핀다.
 남북의 대치, 세계 열강의 군사적 각축 속에 있는 우리의 안보현실에 비추어 보면, 모든 국민의 국방의 의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헌법적 가치임이 분명하다. 한편, 국방의 의무는 전시에 전투원이 되는 지위에 있는 역무에 종사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업무나 재해방지․수습업무에 종사하는 것은 물론 공익근무, 사회복무 등의 대체복무 역시 포함되는 넓은 의미이다. 이에 따라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 등 법률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집총에 의한 병역복무 뿐만 아니라 공익근무, 사회복무, 국제협력봉사,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다양한 복무형태는 병역법에 따라 모두 집총훈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나아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관하여 살핀다.
 양심은 동물과는 달리 존엄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기본적인 특징이다.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즉, 양심의 자유에는 침해 불가한 내면적인 양심형성․결정의 자유 뿐만 아니라, 그렇게 결정된 양심을 외부적으로 실현할 자유를 포함하며, 이에는 양심을 표명할 자유와 표명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까지도 포함한다.
 따라서 우리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천명한 것은 외부적으로 침해가능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고, 그 중 가장 소극적인 형태인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작위 등에 의한 자유보다 더욱 강하게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다. 병역법 규정의 특이성과 해석
 앞서 보았듯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그 구성요건으로 ‘정당한 사유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20조는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정당행위’에 관해 규정하면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행위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은 형법 제20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별도의 ‘정당한 사유’를 규정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이미 두고 있는 셈이다.
 병역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는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를 의미하는데, 이를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물리적인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좁게 볼 수는 없다. 그러한 해석은, 형법의 일반적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병역법에서 ‘정당한 사유’를 규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병역법이 특별히 규정한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나 그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고도 보장할 수 있는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라. 소결론
 앞서 보았듯이,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가안보나 사회체제의 유지를 전제로 하여 양심의 자유 역시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 중 가장 소극적인 형태인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4. 정당한 사유에 관한 판단

 가. 일반론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인원이 600명 가량으로 전체 입영인원의 0.2%에 불과하여 군사력의 저하 등을 논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미 방위산업체나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형태의 군복무가 매년 징병검사 인원 중 약 13%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 특히 대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고, 유엔의 인권위원회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대체복무를 수용하면서 그 기간과 근무여건 등 군복무와의 부담형평성을 고려하여 대체복무의 형태를 설계․운영한다면 어렵지 않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악의적 병역기피자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국방부에서도 2007년경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를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검토하여 사회복무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까지 한 바 있다1).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앞서는 헌법적 가치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적어도 국방의무의 본질과 병역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고도 비교적 수월하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한, 그러한 양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주장은, 병역의무 자체의 기피가 아니라 집총형식의 병역의무의 거부이고, 병역의무의 이행으로서 대체복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다는 점에서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단순한 병역기피와는 구별된다.
 한편, 피고인의 법정진술과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즉, ①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게 되었고, 그 후 2009년경 침례를 받았다. ② 피고인은 종교생활을 통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고자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상의 결정을 하였다. ③ 피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에 이르는 동안 성실한 종교생활을 해왔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 ④ 피고인은 신앙을 함께하는 주변의 동료나 선배들이 양심상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다가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자신에게 부과된 병역의무를 거부하겠다고 결심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들에 따르면, 피고인은 자신의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이 사건 병역거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병역거부는 병역법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구나 피고인이 병역의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집총형식의 병역의무만을 거부하면서 대체복무 형태의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명백하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최창석



1) 국방부와 병무청은 2007. 7. 10. 병역제도 개선추진안을 발표하면서 사회복지, 환경,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복무제도를 신설하기로 했고, 이어서 2007. 9. 18.에는 종교적이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를 사회복무제도의 적용대상으로 인정할 방침을 세웠으나, 2008. 7. 4. 위 방침이 아직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검토하기로 발표하였다. 그 후 현재까지 별도의 조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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