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합헌결정 이후 첫 번째 위헌법률심판제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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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위선제청결정


사건 2012초기8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인 김○○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강오



주문


아래 사건에 관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사   건  2011고단596 병역법위반

피고인  김태인, 기타피고용자

주   거  창원시

등록기준지  창원시

검   사  김기룡(기소), 조상규(공판)

변호인  변호사 홍강오(국선)

구속여부  불구속



이유


1. 이 사건 신청의 개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신청인은 2011. 8. 17.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신청인의 집에서, 2011. 9. 20. 창원시에 있는 39사단에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11. 9. 23.까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나. 이를 이유로 신청인은 2011. 10. 28.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되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 제1심 계속 중에 있다.

다. 이에 신청인은 소송의 계속 중이던 2012. 1. 25. 이 사건 적용 법률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3조, 제5호가 헌법 제10조, 제19조, 제20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2. 신청 대상 법률의 규정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에 따라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참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3일


3.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법원이 어느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기 위하여는 당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을 하기 위한 전제가 되어야 하는 바, 여기에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함은, 구체적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어야 하고,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게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2002. 9. 27.자 2002초기113 결정 등 참조). 신청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이 양심 또는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의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당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고, 법원은 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1.6.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12.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주어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법 규정에 따른 징병검사 결과 현역 판정을 받은 현역 입영대상자에게 입영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국민개병 제도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2009, 헌가7,24,2010, 헌가16,37,2008, 헌바104,2009, 헌바3,2011. 헌바16(병합) 결정 등 참조].


나.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므로(대법원 2004. 7.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등 참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일반 병역기피자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처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종교관·가치관·세계관 등에 따라 전쟁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이 형성되었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결정은 양심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다는 강력하고 진지한 윤리적 결정인 것이며, 현역복무라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하는 상황은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상황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내용의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질서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에 양심의 목소리를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영역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 신청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자신의 종교적 신앙에 따라 현역복무라는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들이 종교의 자유도 함께 제한된다[헌법재판소 2011.8.30. 선고 2008헌가22,2009, 헌가7,24,2010, 헌가16,37,2008, 헌바103,2009, 헌바3,2011, 헌바16(병합) 결정,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원칙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안전보장 및 병역의무이 공평부담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어떠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형성권이 인정되나, 형벌은 다른 법적 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법률효과 및 기본권 제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가급적 그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형벌 아닌 다른 제재수단으로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입법자는 마땅히 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즉, 병역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병역 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실현하면서도 양심상의 갈등을 제거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 있다면, 그러한 방법을 통하여 그 충돌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여러가지 댗에수단 중 하나가 이른바 대체복무제도일 것이다. 대체복무제도를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 및 이로 인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유한 안보상황, 사이비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한 병역자원의 손실 및 심사의 곤란성,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 통합의 저해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허용한다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중대한 공익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우려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우려 내지 위험들은 모두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구체적이지 않은 잠재적인 요소들에 불과해 보인다. 즉,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다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증거들이나 구체적인 자료 혹은 위험들은 아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현재 전세계 약 31개국에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으나 위 나라들 모두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달성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국가안보의 위협을 받고있는 대만에서도 2000년부터 이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점, 현행 병역법에서도 현역병 또는 보충역 입영대상자 중 현역 복무대상자들의 복무기간과 비슷하거나 더 긴 기간 동안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민간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병역특례제도를 두고 있는데, 2010년도의 소집현황을 보면, 공익근무요원, 공중보건의사, 징병전담의사, 국제협력의사,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으로 총 38,794명이 병역특례에 의한 복무를 함으로써 실질적인 대체복무를 하고있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형사처벌을 받고있는 숫자가 매년 평균 600여명 내외인 점 등을 종합해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도 대체복무제를 허용한다고 하여 우리 국가안보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2009, 헌가7,24,2010, 헌가16,37.2008, 헌바103,2009, 한버3,2011, 헌바16(병합) 결정 중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송두환 의 한정위헌의견 등 참조].

그렇다면 이와 같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구체화되지 않은 위험이나 우려만을 가지고 형벌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제 수단을 통하여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여 국가안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민주적 법치국가 질서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 경우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확신이 쉽게 들지 않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이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불이익은 모두 구체적이지 않으며,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이므로, 이를 이유로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 중요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보다는 위와 같은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 법치국가 헌법에 합치하는 모습일 것이다. 위와 같은 잠재적인 위험이나 정서적 불안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또는 양심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민주적 법치국가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최고의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하여 민주적 시민들이 감수하여야 할 필요·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사이비 병역거부자의 심사와 병역의 공평 문제는 대체복무기간을 현역 복무기간보다 장기간으로 하거나, 대체복무의 강도나 어려움을 현역근무보다 최소한 같거나 무겁게 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가사, 이로 인하여 현역복무자와의 불공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벌 등 제재 내지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법, 즉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을 통한 하향식 평등의 모습으로 형평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현역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실질적인 보상 내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에 의한 상향식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민주적 법치국가 질서원리에 부합하는 올바른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종교 내지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현역복무와 유사한 대체적인 복무수단을 부과하여 병역의무의 공평한 이행과 아울러 양심의 자유도 함께 보장할 수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체복무제도 내지 예외를 인정하지 아니한 채 그들의 입영거부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신청인의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인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위헌 여부가 주문 기재사건 재판의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9조, 제20조, 제37조 제2항 등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8. 9.


판사 김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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