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헌제청 결정문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위헌제청결정

- 사건 : 2002초기54 위헌제청신청
- 신청인 : 이○○
서울 강서구 화곡 8동 ○○○번지
신청대리인 법무법인 새한양 담당변호사 오종권

주문

아래 사건에 관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의 위헌여부에관한심판을 제청한다.

- 사건 : 2001고단5819 병역법위반

- 피고인 : 이○○
주거 : 서울 강서구 ○○○번지

- 변호인 : 법무법인새한양 담당변호사 오종권

주문

재판의 전제성

피고인은 현역입영대상자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현역입영일로부터 5일이 경과한 날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이 법원에 위병역법위반 사건으로 공판절차가 진행중인데, 피고인은 제1회 공판기일에 범죄사실을모두 자백하였고 보강증거도 잇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유죄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적용된 처벌법규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인바, 그 처벌법규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나게 되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처벌법규가 소급적으로 실효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하게 된다.

따라서 위 병역법위반 사건은 위 처벌법규의 위헌 여부에 따라 판결의 주문에서 유, 무죄의 결론을 달리하게 되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신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병역의 의무(국방의 의무)는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로 규정되어 있고, 대한민국의 기본체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신성하고도 중요한 의무이다. 한편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이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고 종교의 자유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는 빠짐없이 인정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이다.
그런데 자기의 사상이나 양심 또는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경우에는 헌법상 기본적 의무로 되어 있는 병역의 의무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 기본권인 사상,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그 양자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자를 적절히 조화, 병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병역법은 이와 같은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이를 일반국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서는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면서도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아무런 예외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현역입영거부자 처벌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없이 그대로 적용되다면 결국에는 병역의 의무와 사상, 양심, 종교의 기본권이 상호 적절히 조화, 병존되어 그 어느 쪽도 본질적인 내용까지는 침해되지 않아야 할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병역의 의무만을 완전히 이행시키는 대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외에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구구권, 각자의 사상, 양심, 종교에 따른 실질적 평등을 보장받을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결과는 현역입영거부자를 처벌하는 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 등 일정한 자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아무런 제한없이 모든 현역입영거부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된 것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므로 결국의 처벌규정은 위 각 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한 헌법규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위 처벌규정의 위헌의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이 사건 위헌제청신청인의 신청서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별지로 첨부하여 인용한다)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수세기 전부터 대두되어 온 문제로서, 미국의 여러 주 헌법에서 일찍이 1700년대 중반에 이를 인정해 온 이래 서독기본법,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우루과이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헌법에 이를 규정하여 인정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 수십 개의 국가에서 이를 헌법 또는 법률에서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인 러시아,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의 국가들에서도 헌법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인 대만에서도 최근에 이를 인정하는 입법을 하였다. 또한 국제법적으로도 유엔의 인권위원회에서 1987년에 최초의 결의를 한 이래 수차례의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법규화할 것을 권고 또는 의무화하였고, 유럽회의의 자문회의에서도 1967년에 유럽인권규약에 근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아래 몇 차례 결의를 통하여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명씩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가 생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징역 1년 6개월 내지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심지어는 두 번, 세 번씩 처벌받아 징역 4년 내지 7년까지 복역한 예가 있다) 현재 2,000명 가까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교도소에서 복역하고있는데, 그 대부분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바, 그 이유는 병역법에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복역한 자에 대하여는 현역복무 의무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징역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자청하면서까지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는 실정임에도 위 병역법상의 처벌규정에는 이들에 대항 아무런 예외조치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법원에서는 이들 법률에 대하여 대부분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헌법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단계에 왔다고 생각되어, 이에 위 병역법의 처벌조항에 대하여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2002. 1. 29.

서울남부지원 판사 박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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