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병역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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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 
[2] 헌법 제19조가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 및 성격 
[3]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인지 여부(적극) 
[4]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또 다른 헌법적 법익인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현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소극) 
[6]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다른 한편,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하게 되면 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이 때에는 이러한 위헌적인 상황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인데, 양심의 자유에는 이러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의 형성 및 실현 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3]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므로, 양심 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4]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 이와 같은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므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으니,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다. 

[5]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병역법이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자에 대하여 병역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일정한 자에 대하여는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는 현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6]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한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상의 결정이 적법행위로 나아갈 동기의 형성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가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실제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법규범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양심의 실현이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반하는 매우 드문 경우에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이강국의 반대의견] 피고인에게 병역법상의 형벌법규의 기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절대적이고도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피고인에게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벌을 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형벌 부과의 주요 근거인 행위자의 책임과의 균형적인 비례관계를 과도하게 일탈한 과잉조치가 될 것이며, 또한, 피고인에 대한 형벌은 그 정도에 상관없이 범죄에 대한 응징과 예방, 피고인의 교육 등 그 어떠한 관점에서도 형벌의 본래적 목적을 충족할 수 없음이 명백해 보이고, 특히 보편적 가치관을 반영한 집총병역의무와 종교적 양심의 명령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압박 상황에서 절박하고도 무조건적인 종교적 양심의 명령에 따른 피고인에게는 실정 병역법에 합치하는 적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과 같은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게는 범죄의 성립요건인 책임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 

[대법관 유지담, 윤재식, 배기원, 김용담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체복무제 도입은 입법정책상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국가의 헌법적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앞에서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법률로써 국민의 헌법상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일은 그 목적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결되어 있고, 변화하는 국내외의 안보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여 최고의 국방능력을 갖춘 국군이 구성되도록 합목적적으로 대처하여야 할 영역이어서 이에 관한 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병역법이 구체적 병역의무를 부과하면서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양심상의 갈등에 처하게 되는 일부 국민에게 이러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그것을 들어 바로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국가가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해석론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적용은 불가피하다. 
[대법관 조무제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병역의무행위 중 집총행위는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상의 신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전제하더라도, 피고인이 이행하여야 할 '입영'이라는 구체적 의무행위는 인명을 살상하거나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집총훈련행위(그의 거부행위는 병역법이 아닌 군형법에 의해 규율된다.)의 앞선 단계의 행위이기는 하지만 집총훈련행위 그 자체는 물론 그와 유사한 성질의 행위라 할 수도 없어서 입영행위를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상의 신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하여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병역법 제88조 제1항 / [2] 헌법 제19조 / [3] 헌법 제19조 , 제37조 제2항 / [4] 병역법 제88조 제1항 , 헌법 제37조 제2항 , 제39조 제1항 / [5] 병역법 제88조 제1항 , 헌법 제37조 제2항 / [6] 헌법 제19조 , 병역법 제88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67. 6. 13. 선고 67도677 판결(집15-2, 형018), 대법원 1990. 2. 27. 선고 88도2285 판결(공1990, 830),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365 판결 /[2] 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6헌가1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1, 314), 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9, 634) /[3]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공1982, 772)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 외 76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04. 4. 28. 선고 2004노7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 

가. 정당한 사유의 의미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병역의무가 병무청장 등의 결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 그 내용이 담긴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여 국가안보의 인적 기초인 병력구성을 강제하기 위하여 입법된 법률조항으로 위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면 입영기피로 인한 병역법위반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67. 6. 13. 선고 67도677 판결, 2003. 12. 26. 선고 2003도5365 판결 등 참조). 

다만 다른 한편,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게 되면 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이 때에는 이러한 위헌적인 상황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 정당한 사유의 존부 및 헌법상 기본권의 부당한 침해 여부 

(1)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인데, 양심의 자유에는 이러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6헌가11 전원합의체 결정, 1998. 7. 16. 선고 96헌바35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의 형성 및 실현 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여호와의 증인의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해왔고, 자신이 믿는 종교적 교리에 좇아 형성된 인격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양심의 명령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피고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여 현역병 입영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9조가 보호하는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하고, 동시에 피고인의 양심상 결정의 동기가 그가 믿는 종교에 기초한 이상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도 제한하는 것이 될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이하에서는 양심의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써 종교의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도 갈음한다). 
그러나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그리고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라고 할 것이지만 이와 달리 피고인이 주장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양심의 실현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할 수 있게 되고 이 때에는 필연적으로 제한이 수반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라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하여 곧바로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가 있다고 말할 것은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므로, 양심 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우리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된다. 즉 국민이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비로소 국민 스스로가 그의 기본권의 실현과 보호를 위한 전제 조건인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민은 헌법적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헌법 제39조 제1항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는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 할 것이고,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우리 나라의 특수한 현실적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도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바로 이와 같이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따라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결과,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으로 피고인의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거나 피고인이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헌법상의 기본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고, 헌법 제10조의 보장 내용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이 양심 및 종교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양심 및 종교의 자유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거나 피고인의 현역입영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적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또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거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기본권에 반하는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도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우리 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른바 B규약)' 제18조의 규정은, 우리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제20조의 종교의 자유의 해석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 범위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앞서의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규약의 조항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예외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도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이유 없다. 

(4)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병역법이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자에 대하여 병역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일정한 자에 대하여는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는 현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하다. 

2.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한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피고인의 양심상의 결정이 적법행위로 나아갈 동기의 형성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이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실제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법규범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양심의 실현이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반하는 매우 드문 경우에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관 이강국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유지담, 윤재식, 배기원, 김용담의 보충의견 및 대법관 조무제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이강국의 반대의견

가. 헌법적인 문제점들에 관하여

(1) 기본권의 기속력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하 '기본권'이라 한다)는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통합의 기본이 되는 객관적 기본질서의 요소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의 창설적 기능과 아울러 사회공동체의 동화적 통합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권력 행사는 궁극적으로 기본권적인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여야 하며, 국가의 권력작용은 마땅히 기본권을 존중하고 기본권에 기속되어야 하는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2)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모든 기본권의 가치적인 핵심지표라는 점과 아울러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헌법의 보장대상으로서의 '양심'은, 진지하고도 절박한 구체적인 양심을 의미하는 것이고, 여기의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을 형성하고 결정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 또는 적극적인 작위의 방법으로 양심상의 결정을 실현하는 자유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 소극적인 부작위의 방법으로 양심상의 결정을 실현하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강제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부당한 법적 강제로부터의 자유를 국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방어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헌법 제19조가 위와 같이 양심상의 결정 형성과 그 실현을 기본권으로 보호하고자 한 근본적인 의도는,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바탕이 되는 개인 인격의 정체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대다수의 사회구성원과 생각을 달리 하고 다른 윤리적 가치관을 가진 소수의 국민을 관용으로 대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심실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임은 분명하다(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참조). 
한편, 헌법 제39조 제1항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도 사회공동체의 동화적 통합질서인 헌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된 것으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하여 국민의 기본적 의무로 부과된 것이고, 피고인에게 적용된 병역법은 이러한 국방의 의무가 입법자들에 의하여 구체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헌법적 가치와 법익의 충돌 및 조화

헌법상의 기본권 상호간, 또는 기본권과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나 법익이 상호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 모든 기본권의 가치적인 핵심을 존중하고 이를 보장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성급한 법익교량이나 추상적인 가치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식으로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쉽게 선택하고 나머지의 가치를 버리거나 희생시켜서는 안되고, 충돌하는 가치나 법익이 모두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이나 경계를 찾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이러한 조화점이나 경계는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개별적, 비례적으로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 원칙은 헌법적 가치나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하위규범인 법률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도 항상 헌법적 가치나 법익이 주목되고 실현·관철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과의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합치가 확보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의 해석 

(1)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병역법에서 규정한 내용의 추상적 병역의무 자체를 이행할 의사는 가지고 있었으나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를 귀책사유 없이 불이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 예컨대 갑작스러운 질병의 발생 등으로 예정된 기일에 입영할 수 없었던 사유 등으로 한정하여 해석·적용해 왔고( 대법원 1967. 6. 13. 선고 67도677 판결, 1990. 2. 27. 선고 88도2285 판결, 2003. 12. 26. 선고 2003도536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종교적 양심상의 결정에 의하여 현역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위 '정당한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전혀 없었다( 대법원 1969. 7. 22. 선고 69도93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병역법을 전체 법질서, 특히 헌법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병역법 그 자체만으로 분리·한정하여 해석한 결과이거나 추상적인 가치형량만을 거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의 헌법적 가치보다 더 우월하거나 적어도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병역의 의무는 완전히 이행되도록 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서 서로 충돌하는 헌법적 법익이나 가치들은 그 모두가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도 소홀히 한 결과가 되었다. 물론, 위 '정당한 사유'를 병역법 그 자체만으로 분리·한정하여, 즉 병역법의 차원에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헌법이 바로 법률의 효력근거이며 수권의 근거이자 인식의 척도가 되고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면적인 해석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다른 법률을 해석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역법, 특히 병역법상의 형벌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상위 규범인 헌법의 가치와 방향, 특히 기본권의 국가권력에 대한 기속력을 주목하고 그것의 헌법적 의미와 내용이 최대한 실현되고 관철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하 규범 사이에서의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합치가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더 나아가 상호 충돌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와 법익이 동시에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아내어야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비록 입법자들이 예상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에 의하여 보호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나 그에 의한 형벌법규보다 더한층 보호되어야 하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할 이유가 있고, 그리고 병역의무와의 규범 조화적인 해석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요구되어진다면 그러한 사유는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그러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 형성의 과정과 내용, 양심실현의 구체적 모습, 법질서와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양심상 갈등의 정도, 피고인의 양심의 관철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근본적 입법목적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인지, 다른 대체의무의 부과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근본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형벌의 부과가 형벌의 본래적 의미를 온전하게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부모의 영향으로 형과 함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같은 종교적 믿음을 갖게 됨에 따라 일체의 집총병역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종교적 교리를 절대적인 양심상의 결정으로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그의 형이 병역법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까지 한 과정을 목격까지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게 된 것은 오로지, 일반적 법의 명령보다 더 높은 종교적 양심상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도 강력한 의무감에 따른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에게 존재하는 이러한 양심상 결정의 진지하고도 절박한 구속력 내지 내적 강제력은 우리 헌법 제19조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하는 양심의 전형적인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이는 절대적 윤리구속성을 갖추지 못한 다른 확신범이나 양심범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피고인은 적어도 집총병역의 형식과 내용이 아니라면 그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자신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는 집총병역의무의 이행을 소극적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이므로 국가공동체의 다른 사람의 법익을 직접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입법목적을 결정적으로 훼손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병역법상의 형벌법규의 기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절대적이고도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피고인에게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벌을 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형벌 부과의 주요 근거인 행위자의 책임과의 균형적인 비례관계를 과도하게 일탈한 과잉조치가 될 것이며, 또한, 피고인에 대한 형벌은 그 정도에 상관없이 범죄에 대한 응징과 예방, 피고인의 교육 등 그 어떠한 관점에서도 형벌의 본래적 목적을 충족할 수 없음이 명백해 보이고, 특히 보편적 가치관을 반영한 집총병역의무와 종교적 양심의 명령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압박 상황에서 절박하고도 무조건적인 종교적 양심의 명령에 따른 피고인에게는 실정 병역법에 합치하는 적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스스로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징역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의 피고인과 같은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그에 대하여 관용을 베풀어야 하며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형벌권의 행사를 삼가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양심상의 결정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형벌집행의 수인 이외에 다른 대체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음에 반하여, 국가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와 아울러 그러한 권한과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러한 의무나 권한행사를 다하지 않은 경우의 불이익은 국가가 스스로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지 이를 피고인에게 귀책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상 명령의 내용이 정당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러한 해석은, 우선 국가의 모든 권력작용은 기본권적인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여야 하며, 상호충돌하는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는 규범조화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을 주목하고, 아울러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벌을 가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과잉조치가 될 것이며, 형벌의 본래적 목적에 맞지도 않고, 특히 피고인에게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보여지므로, 이러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피고인에게는 범죄의 성립요건인 책임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다. 대체수단의 도입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
(1)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유엔의 인권위원회가 1987., 1989., 1993., 1995., 1998.과 2004. 등 여러 차례의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대하여 양심적 집총거부자의 신념의 본성을 차별하지 말고, 징벌적 성격을 띠지 않는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라고 권고하면서,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투옥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유럽의회 역시 1983., 1989., 1993., 1994. 등 수차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촉구하여 왔다. 또한, 지원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구 국가뿐만 아니라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까지 전세계의 약 25개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국가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에서도 최근에 이를 인정하는 입법을 하여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을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2)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여 국가의 존립과 안전보장, 그리고 공평한 병역의무의 부담 등과 같은 헌법적 법익을 실현함과 동시에, 개인의 양심의 자유 등도 같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과 방법에 관하여는 입법자들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므로, 입법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한다면 그 시기와 기준 및 대상, 절차와 방법 등 관련되는 모든 문제들을 검토하고 논의를 하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한해 6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는바, 이는 연간 징병인원 약 30만명의 0.2%에 불과하며, 대체 수단의 도입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대체 수단의 내용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더 무거운 내용의 복무를 하도록 한다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평한 병역의무의 부여라고 하는 헌법상의 법익도 충족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체 수단의 도입은 대다수 사회구성원과는 생각과 가치관을 달리하는 소수의 국민에 대하여 국가의 동화적 통합을 위한 관용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고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과 우월성은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라. 결 론

그러므로 양심상의 결정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다수의견에 반대하며, 같은 취지의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고, 종전 판례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와의 관련성, 그리고 헌법상의 가치와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해석방법을 오해하여 위 조문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할 것이다. 

5. 대법관 유지담, 윤재식, 배기원, 김용담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피고인의 경우와 같이 형벌의 집행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종교적인 양심상의 결정을 지키고자 하는 진지하고도 확고부동한 의사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는 무조건적인 집총병역의무를 강제하기 보다는 이들의 양심상의 갈등을 덜어주면서도 집총병역의무에 비견되는 다른 내용의 국방의 의무를 스스로 이행하도록 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반대의견과 의견을 같이 한다. 입법자가 외국의 입법례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취지의 입법을 한다면 이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용이 확인되고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의 정당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체복무제 도입은 입법정책상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국가의 헌법적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앞에서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법률로써 국민의 헌법상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일은 그 목적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결되어 있고, 변화하는 국내외의 안보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여 최고의 국방능력을 갖춘 국군이 구성되도록 합목적적으로 대처하여야 할 영역이어서 이에 관한 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병역법이 구체적 병역의무를 부과하면서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양심상의 갈등에 처하게 되는 일부 국민에게 이러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그것을 들어 바로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국가가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해석론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은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6. 대법관 조무제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피고인이 신앙과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의 하나인 입영의무에 위반한 행위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9조, 제20조, 제37조 제2항 또는 관련 국제규약 등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병역법의 그 조항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경우에 '입영'이라는 병역의무 이행의 구체적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부정될 수 없다는 요지의 다수의견과 대체복무제도의 해석론에 관한 5.항의 보충의견은 지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이 사건 피고인에게는 당시에 자신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나아갈 기대가능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므로 여기에서 이 의견은 그 주장에 관련하여 다수의견 중 해당 부분을 보충하고자 한다.
반대의견은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의 결정은 집총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입영하지 아니한 것은 그 의무이행을 거부하라는 종교적 양심상의 그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도 강력한 의무감에 따른 결과이어서 집총병역이 아닌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는 피고인에게는 입영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설시한다.

나. 기대가능성은 행위자가 특정한 행위를 하여야 할 시기에 적법행위를 이행할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만한 가능성을 일컫는 것으로서 그 특정행위를 할 당시 행위자가 처하였던 구체적 상황 아래서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그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할 것이며, 그 유무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체적 특정행위에 한정되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39조 규정상의 추상적 병역의무는 그 규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병역법, 군형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의 규정에 의하여 그 병역의무의 내용을 이루는 각개의 의무행위들로 구체화하는 것인데, 그 각 구체적 행위는 내용과 성격이 다양하여 인명을 살상하거나 행위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집총훈련과 같이 피고인 주장의 양심상 명령에 배치되는 행위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여야 하는 입영행위로서 군인신분을 취득하기 전까지 이행해야 할 병역법상 벌칙규정으로 강제되는 의무행위 중의 하나이며, 그 법에 규정된 다른 의무행위 예컨대 거주지 이동시 전입신고의무( 제84조), 출국·귀국시신고의무( 제94조), 신체손상이나 사위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제86조), 징병·신체검사를 받을 의무( 제87조) 등과 크게 다르지 아니한 성질의 행위로서, 피고인이 수인하기로 자청하는 대체복무제도 아래에서 이행되어야 할 구체적 의무행위와도 그의 성질상 유사성을 띨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하니 가령, 병역의무행위 중 집총행위는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상의 신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전제하더라도, 이 사건 피고인이 이행하여야 할 '입영'이라는 구체적 의무행위는 인명을 살상하거나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집총훈련행위(그의 거부행위는 병역법이 아닌 군형법에 의해 규율된다.)의 앞선 단계의 행위이기는 하지만 집총훈련행위 그 자체는 물론 그와 유사한 성질의 행위라 할 수도 없어서 입영행위를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상의 신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하여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피고인의 경우 양심상의 그 신조를 내세워 추상적 병역의무에 속하는 행위인 전입신고, 출국신고의무, 신체손상이나 사위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징병검사 수검의무 또한, 거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어 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명을 살상하거나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피고인의 양심상의 명령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상황을 전제하여 판단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서, 사회평균인이라면 피고인의 양심상의 그 신조를 들어 입영의무 이행을 기대할 가능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 결국, 추상적 병역의무를 이루는 구체적 개별행위의 성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피고인에게 구체적 병역의무행위인 입영행위의 이행으로 나아갈 기대가능성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견지에 서서, 피고인 행위의 책임성을 부정하여 대법원의 종전 선례들과 이 사건 원심 판단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취지인 반대의견에는 찬동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        
대법관   조무제 변재승 유지담 윤재식(주심) 이용우 배기원 강신욱 이강국 박재윤 고현철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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